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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OO 데이' 해야하나?

Posted 2009/05/06 14:49

국내 최초로 시도돼 나라 밖에서도 화제가 된 편성 전략이 있다. ‘데이 편성’이다. ‘CSI 데이’ ‘꽃남 데이’ 등 TV 시리즈 한 편을 골라 온종일 방송하는 몹시 ‘화끈한’ 편성인데, 특히 각종 기념할 만한 ‘데이’들이 충만한 가정의 달 5월은 그야말로 ‘데이 편성의 달’이라 하겠다.

‘데이 편성’은 영화채널 OCN이 2006년 6월25일을 ‘CSI 데이’로 선포하면서 탄생했다. OCN은 당시 시즌6 론칭을 앞두고 시즌1~5의 인기 에피소드 22편을 모아 24시간 방송했다. OCN 관계자는 “자칫 부정적인 반응도 있을 수 있어, 시청자를 만나 설문을 하거나 미공개 영상을 편집해 특집물을 만드는 등 두 달 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애쓴 보람이 있었던지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온종일 케이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고수했고 이날 시청률 2위 채널의 두 배, 드라마·영화 분야 경쟁 채널들과는 서너 배 차이가 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에 제작사인 제리 브룩하이머 필름이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는, 확인할 길 없는 소문도 돌았다.

물론 ‘CSI 데이’의 후광은 국내에서 더 도드라졌다. 만화·외화 등 애초 시리즈로 제작된 프로그램들은 물론이고, 각기 다른 영화를 장르·배우 등으로 엮어 ‘○○ 데이’로 방송하는 일이 흔해졌다. 방송가에선 ‘데이’로 가장 재미를 본 것이 ‘연속(극)성이 강한’ 국내 드라마를 방송하는 채널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인기 드라마 한 편을 8부 연속 방송하면 서로 다른 드라마 8편을 방송하는 것보다 시청률이 꾸준히, 그리고 두세 배 더 나온다. ‘반짝 효과’로 그만한 게 없다”고 귀띔했다.

방송사나 시청자가 ‘연속 방송’에 한결 둔감해진 것도 ‘데이 편성’이 가져온 변화다. 4부 연속 방송은 축에도 못 끼고, 8부·12부·24부를 잇따라 내보내 ‘데이’가 아니라 ‘투 데이즈’가 돼도 어색할 게 없는 요즘이다. 상업방송사의 편성 전략이 ‘더 많은 시청자를 더 오랫동안 TV 앞에 앉혀놓는 묘안’을 짜내는 데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거나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어린이 채널의 과도한 연속 방송과 ‘데이 편성’에 대해서는 관계자 여러분과 뜻있는 시청자의 관심을 촉구하고 싶다. 특별한 ‘데이’가 아닌데도 30분짜리 만화 4부 연속 방송이 예사라는 거, 이런 편성이 이른바 ‘서구 선진국’에선 불가능한 일이라는 거, 아이와 가족의 일상을 시나브로 파고든 ‘영상폭력’에 가깝다는 거, 엄마들은 알고 있다. 자신은 ‘꽃남 데이’를 보면서 아이에게만 잔소리하는 게 양심에 찔려서, 혹은 ‘TV 친화적인 아이’로 키운 책임을 편성 담당자들에게 돌리는 것 같아 민망한 마음에 큰소리를 못 낼 뿐이다.

하지만 지난 3년간의 임상실험을 거쳐 단박에 시청자를 사로잡고 효과가 24시간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검증된 이 마법의 기술이, 꼭 모든 채널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십분 활용돼야 하는지 묻고 싶다. ‘데이 편성의 달’을 맞이하여.

*시사주간지 <한겨레21> 759호 ‘오프더레코드’에 게재된 글입니다. 오프더레코드는 매드4TV 필진들이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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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치는 호기심을 누를 길이 없다. 대체 문화방송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무엇이관데 수많은 언론과 국회의원까지 나서 이토록 걱정하는 것일까?

안목 남다른 일부 언론들은 “문화방송의 시청률 하락은 <뉴스데스크>의 하락이 주원인”(ㄷ신문)이라고 일찌감치 판단하고 “3월28일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10.4%로 한국방송 <뉴스9>가 11.0%, SBS <8 뉴스>가 13.7%인 것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다”(ㅎ일보)거나 “3월29일 11.4%의 시청률을 기록한 이후, 다음날인 30일부터 지난 4월8일까지 10일 연속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물렀다”(ㅍ뉴스)는 식으로 실시간 뉴스 시청률 중계에 나섰다. 유력 일간지 <ㅈ일보>가 “올해 1~2월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9.5%에 그쳤다”는 통계를 내놓자 또 다른 유력 일간지 <ㄷ일보>는 “3월에도 SBS 뉴스를 앞선 적이 거의 없다”고 공감하면서 “MBC가 참 딱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급기야 김효재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1년간 지상파 3사 뉴스 시청률을 근거로 <뉴스데스크>의 변화(앵커 교체)를 응원하기에 이르렀으니, 이토록 소중한 <뉴스데스크> 시청률을 지켜내지 못한 책임을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통감할 수밖에.

안타까운 것은 <뉴스데스크>의 시청률 하락이 일부 언론과 존경하는 의원님이 짐작하시는 것보다 훨씬 뿌리 깊은 문제라는 점이다. 이분들은 짧게는 하루, 길게는 1년간의 시청률을 관심 있게 분석했고, 그 결과 이 기간에 <뉴스데스크>를 이끈 신경민 앵커를 문제의 발단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뉴스데스크>가 한국방송 <뉴스9> 시청률에 뒤처진 것은 10년도 더 된 일이다. 엄기영 문화방송 사장이 앵커로 높은 인기를 누리던 시절에도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한국방송에 밀렸다는 거, 혹시 여의도에서만 ‘오프더레코드’라 의원님은 몰랐던 걸까?

방송가에선 1994년 한국방송 1TV 광고가 폐지되고, 뉴스에 앞서 방송하는 한국방송 일일극이 높은 인기를 모으면서 <뉴스9>가 막강한 경쟁력을 갖게 됐다고들 말한다. 문화방송은 이에 맞서 ‘겹사돈’ 등 당시로선 파격적인 소재의 드라마와 시트콤까지 편성하며 안간힘을 썼지만, “시트콤 시청률이 아무리 높아도, 뉴스 직전 광고가 나가는 동안 시청률이 곤두박질치”는 씁쓸한 경험을 되풀이했다. 한국방송 1TV의 주요 시청층이 여전히 TV를 즐겨보는 40~50대 이상인 데 비해, 문화방송의 시청층은 다매체 시대를 영위하는 30~40대라는 점도 문화방송 시청률 하락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니 뉴스의 ‘얼굴’을 바꾸는 것이 여러 언론과 의원님이 그토록 고대하시는 <뉴스데스크> 시청률 수직 상승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진정 그걸 바라시는지, 왜 그러시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글은 시사주간지 <한겨레21>(757호)에 '매포'(mad4tv.com) 필진들이 기고하는 칼럼 '오프 더 레코드'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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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게이트 이벤트 참가합니다

Posted 2009/04/20 10:40
1TB 짜리 하드디스크가 걸린 이벤트가 있어 응모합니다. 씨게이트가 블로거를 대상으로 벌이는 행사네요. 1TB가 얼마나 큰 용량인지 솔직히 감은 안 오지만, 우리 알리님 동영상 작업하는데 아주 요긴할 것 같아서 혼자 뚝딱 신청해 봅니다.

요기에 가면 이벤트 볼 수 있음 =>블로거와 함께 하는 씨게이트의 특별한 이벤트 그 두번째

신청한 블로거들중에서 12명을 뽑아 1TB 하드디스크를 준답니다. 뭐, 그냥 주는 건 아니고 대신 활용기를 올려달라는 군요. 블로그 마케팅인가 하는 그런 것이겠죠. 활용기를 올린 12명중에 다시 3명을 뽑아서 320GB 짜리 외장형 하드디스크를 또 준답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이게 더 끌리네요.)

드라마 관련된 팀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무엇보다 동영상 편집과 제작을 담당하는 알리님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응모에 뽑힌다면, 매드포TV에 거대한 영상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질 수 있겠네요. 그런데, 이런 이벤트에 당첨된 적이 없어서, 기대는 안하지만...

혹시 모르니 다른 분들도 응모해 보세요. 1TB라는 게 어마어마한 용량이랍니다. 아래 사진.


아래 사진은 외장형 하드디스크. 이게 훨씬 더 탐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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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했습니다. 오늘 아침 MBC 엄기영 사장이 사원들에게 보낸 담화문을 읽어봤거든요. “뉴스데스크 앵커는 교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앵커 교체는 뉴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것처럼 정치적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라고 쓰셨더군요. 삼척동자도 알 만한 일을 담화문 형식으로 발표한다고 MBC 직원들이 믿을까? 좀 딱한 생각이 들었는데, 그 때 문득 궁금해진 겁니다. 방송사에서 ‘경쟁력’이라고 하면 무엇보다 시청률을 이야기하는 것일텐데, 엄기영 앵커 시절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지금보다 훨씬 높았을까? 과연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최근들어 급격히 떨어진 것일까, 아니면 원래 낮았을까.

마음 같아선 시청률 조사기관에 의뢰해 최근 10년 동안 <뉴스데스크> 시청률 추이를 알려달라고 하고 이를 앵커의 변화와 관련해 분석해보고 싶었지만, 제가 부탁한다고 그런 자료를 척척 내어 줄 시청률 조사기관이 있겠어요? 그래서 아쉬운대로 <뉴스데스크>의 시청률 관련 기사를 검색해 봤는데, 참 재미있는 기사를 여럿 보았습니다.
월드컵 100일을 앞둔 3월1일 MBC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몇 년만에 20%에 근접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1일 열린 2006 독일 월드컵 출전팀인 대한민국 대 앙골라 국가대표팀 축구경기로 지상파 3사 메인뉴스 시청률이 희비가 엇갈렸다. (중략) <뉴스데스크>는 SBS에 비해서도 메인뉴스 시청률이 떨어지는 수난을 겪었었다. 하지만 이날 수 년만에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월드컵을 앞둔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2006년 3월2일 뉴스엔 기사

기사 위에는 엄기영·김주하 앵커가 나란히 웃고있는 사진이 올라와 있습니다. 몇 년만에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니 기쁜 일이겠습니다만, 그 원인은 결코 앵커 때문이 아니라 뉴스에 앞서 방송된 국가대표팀 축구경기 때문이라는 군요. 그럼 엄기영 앵커는 <뉴스데스크> 시청률, 즉 경쟁력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단 말인가요? 엄기영 앵커, 시청률 등으로 검색해 보니 이런 기사가 나옵니다.
브랜드 1위 앵커 엄기영이 KBS에 지는 이유
산업정책연구원이 매년 발표하는 영역별 브랜드 파워에서 TV 앵커 부분 1위는 4년째
 MBC 엄기영 앵커가 차지하고 있다. 이 정도면 부동의 1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메인인 9시 뉴스 시청률을 보면 영 딴판이다. MBC 뉴스가 KBS 뉴스에 미치지
못한다. 그 이유가 뭘까. (중략)
설득력 있는 대답은 직전 프로의 시청률일 것이다. 잠시 9시 메인뉴스와 직전 프로의
시청률 상관관계를 살펴보자.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에 따르면 KBS 9시 뉴스의
10월 평균 시청률은 17.9%였다. MBC는 20위권 밖이어서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다.
참고로 20위는 13.9%이니 MBC 뉴스 데스크는 이보다 낮은 셈이다.
KBS 뉴스의 직전 프로는 일일연속극 ‘미우나고우나’로 시청률은 29.6%였다.
MBC 뉴스 직전 프로인 시트콤 ‘김치치즈스마일’은 MBC 뉴스데스크와
마찬가지로 20위권 밖이었다. 일단 분명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후략)
-2007년 11월27일 조이뉴스24 기사

그러니까 엄기영 사장님은 앵커 시절 TV 앵커부문 브랜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와 신뢰를 한 몸에 받으셨군요. 그런데도 <뉴스데스크>의 시청률, 그러니까 본인이 말씀하신 프로그램 경쟁력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셨다는데요, 그 이유는 (앞서 살펴본 기사와 마찬가지로) ‘뉴스 직전에 어떤 프로그램을 방송하느냐’가 뉴스 시청률을 좌우하기 때문이라는군요. 

아시다시피, 최근 몇 년 동안 KBS 뉴스 직전에 방송된  일일극들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가 아니라, 그 한해 전체 시청률 1~2위를 다툴 정도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2006년 <열아홉순정>, 2007년 <하늘만큼 땅만큼>, 2008년 <미우나 고우나>의 시청률은 40%를 넘길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죠. 그 시간대에 방송된 MBC 드라마나 시트콤 중에서 화제가 됐던 것은 2007년에 방송된 <거침없이 하이킥> 정도랄까? <거침없이 하이킥>이 방영 당시 <뉴스데스크> 시청률에 정확이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제법 영향이 있었나 봅니다. SBS가 폐지했던 일일극을 부활할 정도였으니까요.
SBS가 일일연속극을 3년만에 다시 선보인다. SBS는 10월8일 첫방송을 목표로 일일연속극 <그 여자가 무서워>를 준비중이다. (중략)
그러나 SBS는 일일극을 부활하면서 <8시뉴스> 뒤가 아닌 앞에 배치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는 일일극을 통해 <8시뉴스> 시청률 상승을 꾀하려는 의도. (중략)
실제로 SBS <8시뉴스>는 MBC <나쁜여자 착한여자>와 <거침없이 하이킥>이 맹위를 떨치던 올 상반기 평일 시청률이 5%를 넘지 못하는 날이 한동안 이어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후략) - 2007년 8월29일 연합뉴스 기사

그러니 이들 기사에 따르면, KBS 9시 뉴스가 일일극의 위력에 힘입어 몇년 째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MBC와 SBS가 뉴스 직전 편성된 드라마 혹은 시트콤의 인기에 따라 엎치락 뒤치락하는 형국이군요. 요즘 SBS 일일극 <아내의 유혹>이 맹위를 떨치고 있으니, <뉴스데스크>의 고전이 불보듯 훤하네요.

이런 분석을 보고 있노라니, 슬몃 자존심도 상하네요. 대한민국 국민들은 앵커나 뉴스의 질 등은 전혀 상관없이, 그저 (특히 막장) 드라마를 재밌게 보고나서 채널을 고정한 채 아무 생각없이 뉴스를 본다는 얘기가 되나요? 아무튼 뉴스 시청률을 다룬 어떤 기사에도, 앵커를 바꿔서 경쟁률이 강화됐다는 이야기는 없더군요. (간혹 여성 앵커의 '미모' 등등이 시청률에 도움이 됐다는 기사는 있었어요.)

단, 최근 <뉴스데스크> 시청률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는데,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더라고요. 황우석 교수 문제가 불거졌을 때와 지난 촛불 정국 때도 몇몇  해당언론들(요즘은 이렇게 쓰는 게 유행이라죠?)이 무슨 의도에선지 앞다퉈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을 들먹이곤 했더군요.  

어쨌거나 엄기영 사장님, 무얼 좀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아요. <뉴스데스크> 경쟁력은 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나 일일극 <사랑해, 울지마>에 달려있다고, 수많은 언론들이 보도했다니까요. 그러니 이 부분에 대해선 보도국이 아닌 예능국·드라마국과 긴밀한 협의를 하셔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신경민 앵커에게 우호적인 시청자든 아니든, 그가 오늘은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해서 뉴스 뒤에 붙는 광고를 꾹 참고 보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 광고를 특별히, 아주 비싸게 팔아보시면 어떨까요. 생각해 보세요. 그동안 대한민국 뉴스 앵커 중에서 ‘그가 오늘 무슨 말을 할까’를 두고 이토록 관심의 대상이 된 앵커가 있기는 한가요. 그런 앵커야 말로 진정 경쟁력 있는 앵커가 아니겠어요. 그러니 경쟁력 얘긴 그만두세요. 공연히 망신살 뻗치는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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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의 여왕은 거래의 여왕!

Posted 2009/04/02 11:08


<
내조의 여왕> 가라사대, 남자는 찌질하다. 그가 사장이건, 이사건, 부장이건, 백수건 상관없이, 세상 남자들은 죄다 찌질하다.

서울대 나와 멘사 회원이면 뭐하나. 눈치 코치 없는데다 매사에 너~무 정의로우셔서 만날 소파에서 TV 끼고 빈둥거리는데. 대기업 부장이면 뭐하나. 조건 좋은 남자와 결혼한 첫사랑 그녀에게 복수하는 심정으로 나름 성공했건만, 다시 만난 그녀를 쿨하게 대하긴 커녕 유치한 복수심을 어쩌지 못해 전전긍긍, 애꿎은 아내에게 공연히 버럭거린다. 이 회사 사장인 재벌 2세? 부모에겐 찍소리도 못하는 주제에, 정략결혼한 아내에게 틈만나면 징징댄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진 거, 그 여자가 다른 남자랑 결혼한 거, 기타 등등 내 불행은 다 니 탓이야! ” 허전한 맘 달래고자 밤낮으로 매춘에 힘쓴다.

그런데 이 찌질한 남자와 사는 여자들, 진정 잘났다. 남편 취직시키고 출세 시키는데 몸과 마음과 영혼을 다바치기 때문에? 천만의 말씀. 계산이 확실해서다. 그 남자와 살면서 무얼 주고 무얼 받을지 정확하게 안다. 쓸데없는 감정노동을 지양한 채 챙길 것 똑부러지게 챙기는 '이기적 유전자'를 타고난 우월적 존재들이다. 이런 여자들, 전에도 봤던가?

찌질한 남자에 대처하는 여자들의 자세

찌질한 남자 만나 고생하는 여자들은 숱하게 봤다. 그런 남자에게 몸과 마음과 영혼을 바쳐 충성한 여자들은 대체로 버림 받고 울었다. 지켜보는 나도 울었다. 그 여자들이 통곡하며 “부셔버릴거야!” 다짐할 땐 함께 이를 앙다물었고, 그 남자보다 백배 천배 나은 남자 만나 인생 역전을 하던 날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세월이 흘러, 버림은 받았으되 재벌2세 도움 없이 홀로 짜릿한 복수에 성공하는 <발칙한 여자들>도 등장했는데, 시대에 걸맞는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상을 또 이렇게 보는 것인가 싶어 더욱 굵직한 눈물이 주르륵 흘렀더랬다.

찌질한 남자에게 인생 허비하느니 깨끗이 갈라서고 제 갈길 찾겠다는 ‘노라’들도 더러 보았다. 쥐꼬리만한 월급 갖다주면서 아내 무시하기를 일 삼고 한편으론 ‘인생이 너~무 외롭다’면서 기회만 잡으면 젊은 여자와 사랑타령하는 남편, 참고 참다가 박차고 나오면 역시 생계가 문제였다. 모아둔 게 집 한 칸 뿐이니 위자료 빤하고,  양육비를 제 때 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권장(만)하는 현대사회가 아닌가. 그녀들은 평소 갈고닦은 음식 솜씨로 샌드위치 가게(드라마 <앞집 여자>)도 열고, 김치 감자탕을 홈쇼핑 히트상품의 반열에 올려놓으며(드라마 <두번째 프로포즈>) 마침내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돈과 명예, 그리고 부상으로 연하의 애인까지 받았으니, 그녀들의 인생역전에 또한번 감동의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신기하고 놀라운 여왕들의 습격

그런데 <내조의 여왕>을 보면, 눈물 대신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아시다시피,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들이 죄다 ‘내조의 여왕’이다. 이 언니들은 남편이 찌질하다고 해서 이혼? 절대 안한다. 찌질한 건 찌질한 거고, 근본이야 어쨌건 그를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있는 상품으로 만드는 게 먼저다. 남편이 백수면 일단 취직부터 시키고, 남편이 부장이면 다른 부장들보다 일찍 임원이 될 수 있도록 비서가 되어주고, 남편이 이사면 사장도 무시 못할 막강한 권력을 가질 수 있도록, 부인회 회장을 맡아 직원과 그 가족을 한방에 장악해 주신다. 잘 키운 남편 하나 로또 대박 안 부럽다는 심정으로, 철부지 남편에게 때론 “철 좀 들어라” 타이르고, 때론 “너 잘났어, 너 할 수 있어” 엉덩이 토닥여주고, 때론  “이혼할거야!” 맘에도 없는 최후통첩 날리면서.

이혼을 왜 하나. 그녀들은 안다. 남편이 백수라고 이혼해 봤댔자, 노라처럼 집을 뛰쳐나와 봤자, <두번째 프로포즈>를 받을 수 있는 확률이야 말로 로또 당첨 확률이다. 말이 좋아 홀로서기지, 서른 넘은 주부가 재취업해서 부장을 하겠나, 이사를 하겠나. 계약직, 임시직도 얻기 어려울 게 뻔하고 그간 누리던 사회경제적 지위는 한 순간에 10등급쯤 추락한다. 드라마 대사 대로 주인공이 “사는 것처럼 살고 싶다”면, 서울대 나온 백수 남편을 하루빨리 사람 만드는 게 가장 빠르고, 쉽고, 심지어 합리적인 방법이다.  


그리하여 남편이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거듭나 제 몫을 다하는 한, 여왕들은 본인이 누릴 수 있는 부와 명예, 떳떳하고 온전하게 누린다. 물론 남편을 팔리는 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그녀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철저히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다. 주인공이 백수 남편의 취직을 위해 온갖 굴욕을 견디면서도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한바탕 퍼붓지 않는 것은, 심성이 착하거나 남편을 너무 사랑해서가 아니라 남편의 구직을 위한 그 모든 수고가 “사는 것처럼 살고 싶은” 본인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왕들은 결코 이런 신파조 대사 안 날린다. “내가 당신을 위해 얼마나 희생했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여왕은 희생 안 한다. 헌신은 한다.  물론 그 헌신에 대한 댓가와 보상은 철저히 챙긴다.

헌신의 댓가는 결코 ‘사랑’이 아니다. 생일을 맞은 이사 부인은 남편에게 묻는다. “당신, 내 생일 선물 안 줘?” 남편이 대답한다. “여기 이 선물들이 다 내 마누라라서 받은 거잖아, 그러니까 내가 준거야.” 그 말을 들은 아내가 “실반지 하나라도 당신이 주는 게 중요하지,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라며 항의한다면? 반칙이다. 부인회 회장 노릇 해가며 남편을 실력자로 만들어 놓은 댓가로 뜬금없이 ‘사랑’을 받겠다는 얘긴데, 애정결핍은 부모와 해결봐야지 남편과 해결할 일이 아니다. 자신은 몸과 마음을 다바쳐 눈에 보이는 부와 명예를 선물해 놓고, 눈에 보이지도 않고 언제 변할지도 모르는 사랑을 댓가로 받겠다는 건 거래의 기본을 몰라도 너무 모르시는 얘기 아닌가. 그런 사랑에 목매다간 “부셔버릴거야!” 선언하는 날 오고야 만다. <내조의 여왕>이라면, 흐뭇한 미소 지으며 아무개 부장 와이프가 들고온 진주 반지 손가락에 끼어보는 게 맞다. 그래서 여왕 사전에 없는 또한가지 신파조 대사가, “당신 날 사랑하긴 했어?”다.

여왕이여, 초심을 잃지 말라

도무지 범접하기 힘든 그녀들의 쿨함, 발군의 계산 능력. 남편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동지로 살되, 죽는 날까지 단 한 순간도 나와 남편을 동일시해 그에게 내 생을 건다거나 영혼의 동반자가 되기 위해 안 맞는 취향 억지로 맞추는 일 따윈 없는 그 태도를, 나로선 꼭 흉내내고 싶진 않지만 진심으로 존중은 한다. 감히 말하건대, <내조의 여왕>은 한국 드라마 속 ‘아줌마’ 캐릭터를 새로 썼다.  

그래서 행여 회를 거듭하면서 여왕들이 변심한 나머지 “내조에 힘써 남편이 성공하면 뭘 해, 사랑 넘치는 화목한 가정이 최고지” 식의, 여느 드라마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사를 날리면 엄청난 배신감을 느낄 것 같다.(실은 조짐이 보이기에 이 글을 썼다) 사랑이 결혼의 명분이되 본질이 아니라고 이토록 노골적으로 감칠맛 나게 얘기해 놓고, 갑자기 사랑 타령 하면 어쩌란 말이냐. 자신의 청춘과 미모를 서울대 졸업장에 걸고, 결혼 뒤 그 졸업장에 걸맞는 삶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쓴 주인공이 남편에게 ‘사랑’만 받고 만족한다면,  그건 판타지 드라마다. 누구를 위한? 당연히 찌질한 남자들을 위한 판타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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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걱! 우리가 이렇게 많은 이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핏대를 세웠던가. 

그저 TV 좋아하고 드라마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수다나 실컷 떨자는 생각이었고, 더러는 우리 수다를 좋아해 함께 수다를 떨 사람도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도 있었다. 그렇게 2월에 문을 연 것이 팀블로그 ‘매드4티비’다. “우린 티비에 미쳤어, 티비에 미친 사람 모여라아~” 정도 되겠다. 행여 우리가 도모하는 ‘고도의 목적의식적 정치 활동’이 있다면,  TV는 바보상자고 드라마는 쓰레기라고 일갈하는 이 땅의 일부 촌티나는 아자~씨들에게 “우리의 고결한 바이블을 능멸하지 마, 싫으면 너만 보지마아!”라고 악을 쓰는 정도? 물론 우리로선 무척 엄숙하고 진지한 경고다.

엊그제 광우병을 소재로 방송을 한 <PD수첩> PD가 체포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시사문제에 도통 무관심한 나는 “아직도 광우병 때문에 PD를 구속하고 그러냐”는 식으로, 나와는 직접 상관없는 이야기로 여겼다. “MB는 왜 그러냐 촌스럽게, 쫌!!!” 이게  평소 내 시사촌평의 수준이다. (물론 매포 구성원들이 다 이 지경은 아니다. 공부해도 안 되는 사람 있다. 아고리언 님들 미안하다, 사랑한다^^)

그런데 내가 사돈의 팔촌격으로 알고 지내는 MBC PD가, <PD수첩> PD와 약혼한 사이라는 이유로 자택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기사를  봤다. 경찰은 그의 노모만 있는 집에 들어와 마구 휘저어 놓았단다. 놀랍고 궁금해서 시사문제에 도통한 지인(그래봤자 남편이다, 이렇게 수준 낮은 질문을 아고라에 할 수는 없다)에게 물어봤다.
- <PD수첩> PD를 왜 체포한 건데?
=(웬일이냐는 표정) 정운천 장관 명예회손과 공무집행방해..뭐 그런거야.
-장관 명예를 훼손했다고 사람을 체포해? 집에도 막 들이닥치고? 광우병 말고 뭐 다른 얘기 한 거야? 정운천 장관이 바람폈다고 그랬어? 아님 논문표절 그런거 보도한거야?
=아니, 광우병 보도, 그거야.
-장관이 공직자로서 한 일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게 왜 명예훼손이야? 인간 정운천의 명예가 아니라, 장관이 장관으로서 한 일을 가지고 이야기한 건데...그리고 아무리 존심 상하고 억울했기로서니, 체포를 하냐?!
=내가 체포했냐, 왜 한밤중에 나한테 짜증이야. 그런 얘긴 블로그에 쓰시지?

시사 블로그도 아닌데다 남들 다 아는 얘기를 이제야 알았다며 목청을 높이는 게 겸언쩍어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웬걸,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그동안 팀원들과 함께 올린 '매포' 글들을 다시보니 이거 정말 남의 일이 아닌 거다.

우리 중 아무개는 <미워도 다시한번>이 배우가 아까운 드라마라며 작가와 연출자를 대놓고 겨냥했고 시청률 40%의 주역인 배우에겐 막장 드라마에 대한 책임이 당신에게도 있는거 아니냐고 따졌다. 다른 아무개는 백주대낮에 이종원을 '불륜 전문배우'로 낙인 찍고 그가 연기한 명불륜 베스트 10을 뽑아 제꼈다. 낯 뜨거운 사진에 '육체를 탐닉한다'는 도발적인 문장은 또 어쩔건가. <꽃보다 남자>가 <다모>나 <궁> 처럼 폐인이 안 생기는 이유가  뭘까~요? 하면서 제작진의 염장을 질러댄 아무개도 있고, 구준표-윤지후의 금지된 사랑 어쩌구 하면서 동성애 코드 물씬 풍기는 동영상물을 제작한 아무개도 있다.

작가, 피디, 배우 등 방송 관계자들이 최근 한국사회의 ‘트랜드’를 감안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우리를 고소한다면? 만약에, 정말 만약에, 이종원씨가 “가정에 충실한 나를 불륜 전문 배우로 몰아붙여 실제와 혼동하게 하고 아내와 내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줬다”고 고소한다면? 두 가지 방법이 떠오른다. 1번, “이종원씨, 조크였어요! 사람들도 조크라고 생각할 거에요”라며 애교+사회문화적 보편 정서에 기대 어물쩍 넘어가길 꿈꾼다. 2번. 인간 이종원이 어떻다고 쓴 게 아니라 배우 이종원의 작품을 놓고 이야기한 것인데, 배우 이종원은 공인이고 대중들이 그를 둘러싼 이야기를 하는 건 자유가 아니냐, 진짜 불륜을 저질렀다는 헛소문을 퍼뜨린 것도 아닌데 부당하다, 고 주장하면서 검찰 출석 요구에 불응한다. 그러다 체포된다. 

역시 그런 거였다. 이종원씨가 우리를 고소한 대도, 그래서 체포된 대도, PD수첩 PD가 체포되는 오늘의 대한민국에선 별로 놀랄 일이 아닌거다. 장관도 막~ 고소하는데 뭐, 경찰은 막~ 체포하는데 뭐. 방송사 PD도 붙잡혀 가고 집 수색 당하는데, 일개 블로거가 어쩔텐가. 그러니 이런 작금의 상황을 고려해 너무 센 얘기는 하지 말자고 우리끼리 합의하면 그건 ‘자기 검열’일 것이요, 하고픈 수다 못떠는 우리는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못 누리는 서글픈 네티즌일 테고, 재밌게 놀자고 만든 블로그가 죽자고 심각해질 판이니 이 사회는 유머가 통하지 않는,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사회 되시겠다.

아, 고작 TV에 미친 우리가 별 고민을 다하누나. 언론의 자유는 사회 교과서랑 일간지 헤드라인, <래리 플랜드>같은 영화에나 나오는 말인 줄 알았다. 미네르바처럼 전문가와 대중들이 인정할만한 지식과 안목, 영향력이 있는 이들에게 해당되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그 말이 문득 가슴 깊이 사무치는도다.

옵바, 그래서 우리가 자꾸 TV보고 시비걸면 우리도 잡아가는 거야? 드라마나 쇼, 연예인은 괜찮다고? 어차피 딴따라니까? 그럼 <100분토론>보다가 홍준표 의원 빨간 넥타이 촌스럽다고 하는 건? 그건 안돼? 사이버모욕죄 신설되면 걸려? 아놔, 그럼 대체 어쩌라구!!!

추신 : 우리의 무례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를 명예회손으로 고소하지 않으신 방송 관계자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나니) 특별히, 이종원씨 감사드립니다. 유머란 무엇인지, 공인이란 무엇인지, 정 아무개씨보다는 훨씬 잘 이해하시는 분이구나, 새삼 절감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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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방송사상 첫 잠입취재...라고 하면 좀 거창한가? 한겨레신문 방송담당 하어영 기자(사진 오른쪽)가 <무한도전>이 주최한 '코리안 돌+아이 선발대회'에 도전했다. (당연히) 본선진출엔 실패했고, 자신의 도전기와 현장 취재 내용을 기사로 써서 신문에 게재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신문사 안에선 제법 튀는 그의 ‘똘끼’도 전국에서 몰려든 참가자들에 비하면 평범한 수준이라는 깨달음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한 채.

그런데 지난 21일 <무한도전>에 그의 예선 참가 모습이 깜짝 공개됐다. 한 때 개그맨을 꿈꿨던, 하 기자의 무(모)한 도전은 그렇게 뜻밖의 결실을 맺었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몇 가지 물어봤다.



 

신문사에도 제작진에도 ‘묻지마 취재’

-기자로서 취재하면 될 것을, 굳이 참가한 이유가 있나?
=지난해 11월 방송 담당 기자가 된 뒤, 제작현장을 많이 찾아다니려고 했다. 그런데 기자들을 불러서 공개하는 현장은 나 혼자 가는 것도 아니고, 미리 준비된 자리니까 취재해도 별 재미가 없더라. <무한도전>은 기자들에게 현장을 공개한 적이 없어 혹 기회가 없을까 살피고 있는데, '돌+아이 콘테스트'를 한다는 공고를 봤다. 신문사 입사 전에 재미삼아 방송사 탤런트 공채를 본 적이 있어(당시 공채로 데뷔한 이가 차태현이다) 옛 생각도 나고, 어찌어찌 예선까지는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원서를 냈다.

-신문사나 제작진쪽에 참가 사실을 알렸나.
=말 안했다. 서류 심사를 통과한다는 보장도 없고 예선에 참가한다 해도 기사거리가 될지 어떨지 모르니까. 예선까진 가야 얘기가 되니까 참가 신청서를 공들여 만들긴 했다. 웃긴 사진 나름대로 연출해서 찍고.(웃음) 취재를 하면서 기자 스스로 즐거운 경우는 참 드물다. 콘테스트에 참가하는 게 진심으로 즐거웠고, 이왕 시작했으니 나중이야 어떻든 재미있게 끝까지 가보자, 그런 생각이었다.

노홍철 400명 모였는데 조용하다고?

-현장에서 지켜보고, 참가해 본 소감은.
=전국에서 돌+아이들이 다 모였을테니까 와글와글 정신없이 시끄러울 줄 알았다. 노홍철씨가  400명 있다고 생각해 봐라. 그런데 정적이 흐르더라. ‘묻지마라, 내 똘끼는 노홍철한테만 보여줄테다’하는 식이랄까.(웃음) 자신의 포스를 감추고 때를 기다리는 거지. 나중에 기사를 써야할 지 모르니 참가자들을 취재하고 사진도 찍고 했다. 그러다 실제로 예선 심사에 들어갔는데 노홍철씨가 심사위원이었다. 예의바르고 잘 웃어주는 사람이라 부담없이 준비한 것을 보여줬고, 내 딴엔 최선을 다했다. 얼마나 집중했는지, 심사 끝나고 다시 기자로 돌아가 취재를 하려니까 ‘모드 전환’이 잘 안되더라.(웃음)

-제작진에게 참가 사실을 언제 알렸나. 반응은?
=예선 결과 발표가 난 뒤 떨어졌다는 걸 확인하고, 김태호 PD를 만나 기사 게재 여부를 상의하려했다. 근데 김태호 PD가 너무 바빠 직접 만나지 못하고 현장에서 전화로 이야기를 했다. 출입기자인데 콘테스트에 참가했다고 하니 막 웃으면서 '본선 됐냐?'고 묻더라. 안 됐다고,그래서 본선 진출자들 심사받는 거 지켜본 뒤 기사를 써도 되겠느냐고 물으니 '너무 자세히는 쓰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 다음부턴 편안한 마음으로 본선 진출자들의 실력(?)을 지켜봤다. 아, 내가 이래서 떨어졌구나, 내 똘끼는 아무 것도 아니구나 절감했고, 부끄러웠다.(웃음)

김태호 피디 “자세히 쓰진 말아달라” 웃어

-방송이 나간 뒤 심경, 혹은 출연 소감은.
=설마, 편집되겠지, 했는데 토요일 밤에 문자 메시지와 전화가 쇄도했다. <무한도전> 시청률이 실감나더라. 동료들은 “기사 봤을 땐 너무 초 친거(과장한 거) 아닌가 했는데 방송 보니 기사는 약과더라, 세상에 별 사람들이 다 있다”며 놀랐다. 나도 인터넷으로 방송을 봤는데, <무한도전> 제작진이 콘셉트에 대단히 충실하게 방송을 한다고 느꼈다. 현장에는 단순한 '돌+아이'가 아닌 개그맨 지망생들이 꽤 있었다. 당연히 그들이 준비도 많이 하고  재미도 있었을텐데 그런 사람들은 방송에 안 나오더라. 어디까지나 아마추어 ‘돌+아이’들의 경연장이었던 거지.(웃음) 눈 앞의 욕심을 버리고 스스로 세운 원칙에 충실한 것이 <무한도전>의 롱런 비결 중 하나인 것 같다.

-또 도전할 생각이 있나.
=재능이 없는 걸 이번에 확실히 알았으니 무모한 도전은 안 할거다. 다른 방송사에서 개그맨 공채를 한다며 '우리쪽엔 참가 안 하느냐'고 물어 보긴 했다. (웃음) 기자가 취재를 재미있게 해야 재미있는 기사가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그 방법이 한 가지는 아니지 않나. 다른 방법을 열심히 고민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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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아직은 비밀이다. 할리우드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메이저 영화사 관계자들이 한국 드라마 제작사와 긴밀하게 접촉 중이다. 용건은? 한국 배우와 제작진이 한국을 무대로 만든 드라마를 아시아 시장, 나아가 세계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서. 성사된다면, 할리우드가 제작·배급하고 한국이 아시아 시청자들의 입맛을 고려해 가공·생산한 드라마를 구경할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러브콜을 받은 한국쪽 인사는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를 아우를 수 있는 제작 역량과 수준을 갖췄다고 평가한다니 우선 기분은 좋더라”고 했다. 시장 규모가 훨씬 큰 일본쪽과 접촉하지 않는 이유를 물으니 “일본은 대형 제작사들의 전횡과 간섭이 너무 심하다”고 했단다. 수익분배 구조 등 복잡한 문제가 많으니, 엄격하고 까다로운 파트너는 피하겠다는 심산일까? 

일본 드라마 산업 전문가인 KBI 김영덕 연구원은 조금 다른 의견을 내놨다. “일본은 우리처럼 해외 판매를 염두에 두고 드라마를 만들거나 해외에서 크게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한류가 끝났다고들 하지만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무시할 순 없는 것 아니냐”고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국내 드라마 제작사들이 ‘한류여, 다시 한 번!’을 외치며 쏟아부은 제작비는, 그 제작사들의 존립을 위협할 만큼 값비싼 수업료였을 망정 헛 돈은 아니었나 보다. 

할리우드 제작사쪽은 이런 ‘현지화’ 전략이 미국 드라마 산업의 황금기를 이어갈 또다른 금맥이 되어주길 고대하는 것 같다. 지난 2000년 전세계적으로 남한 인구에 맞먹는 열혈 시청자수를 자랑하는 드라마 <CSI>(사진)가 탄생하기 전까지, 미국 드라마는 고사 직전의 상황에 놓여 있었다. 시청자수가 줄고 TV 광고가 급격히 줄어든 까닭이다. 제작사들은 방송사에 드라마를 납품해봤자 제작비도 못 건져 심각한 누적적자에 시달렸다. 

<CSI>는 이들에게 미국 드라마가 개척할 신천지가 5대양 6대주에 널려있다는 부푼 꿈을 심어줬다. 이후 <로스트> <히어로즈> <24> 등 크게 투자해 더 큰 시장을 노리는 드라마들이 주도해온 ‘미드의 전성시대’는, 그러나 과잉투자와 경제불황 등으로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현지화’는 할리우드가 생각해 낸 위기 극복 프로젝트의 일환일 것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방송중인 <CSI 9>에는 한인타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에피소드가 포함돼 있다. 한국인 시청자들을 위한 일종의 '팬서비스'인 동시에 이 시리즈의 '현지화' 전략인 셈이다. 
 자료·사진 OCN 제공



물론 이번 일이 성사된다는 보장은 없다. 성사된다 해도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으니 섣불리 흥분했다간 망신살만 뻗친다. 그저 금고 바닥 났는데 앵벌이 할 곳도 마땅찮은 국내 제작사들이 안정적인 시청률과 최소한의 제작비 보전을 도모하며 ‘막장 드라마’를 양산하는 요즘, 뭐 좀 쌈박하고 미래지향적인 얘기 없을까 기웃거리다 ‘오프 더 레코드’로 전해드렸다. 


할리우드 자본이 한국에 들어오는게 국내 드라마 산업에 정말 득이 될지, 득이 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 지 같은 진지한 얘기는 때가 되면 <한겨레21> 기자들이 어련히 알려드릴까. 그러니 이건 그냥, 오프더 레코드다. 

*이 글은 시사주간지 <한겨레21>(753호, 3월 27일자) '오프더 레코드'에 게재된 글입니다. '오프 더 레코드'는 매포(mad4tv.com) 필진들이 기고하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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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인 제리 브룩하이머는
한국에서도 몹시 ‘흔한’ 이름이다. 케이블 채널을 돌리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그의 이름이 튀어 나온다.

제리 브룩하이머 필름이 현재 제작 중인 TV 프로그램은 모두 8개. 드라마 <CIS>와 그 스핀오프 시리즈 두 개(<CIS:마이애미>, <CSI:뉴욕>)를 비롯해, <콜드 케이스>, <클로즈 투 홈>(나는 여검사다), <위드 아웃 어 트레이스>(FBI 실종 수사대), <11th hour>(11번째 시간 혹은 최후의 순간), 리얼리티쇼 <어메이징 레이스>다. 이 중에서  지난해 첫 선을 보인 <11th hour>를 제외한 나머지 7개 프로그램이 한국 케이블 채널을 통해 (경쟁적으로) 방송되고 있다.
채널별로 방영 중인 시즌도 제각각이고 방송 시간도 저마다 달라서, 시청자들은 제리 브룩하이머표 미드의 어제와 오늘을 한 눈에, 별 수고로움 없이 구경할 수 있다. 

내놓는 프로그램마다 한국 시장에 알뜰히, 심지어 여러 번 팔아먹는 이 분, 제리 브룩하이머는 대체 뉘신지? 영화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나도, 그가 <진주만>이나 <캐러비안의 해적>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주로 만드는 할리우드의 이름난 제작자라는 건 안다. 기사를 검색해 보니 그는 상업 광고로 출발해 1972년부터 할리우드에서 활동했고,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플래시 댄스>(1983년)부터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쇼퍼홀릭>까지 30여편의 영화를 제작하면서 손대는 영화마다 ‘대박’을 터뜨린 마이더스의 손이시다. 그 긴 세월에 슬럼프 한 번 안 겪은 독한 분이란다.

슬럼프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인생 최대의 고비에 오히려 홈런을 날렸는데, 17년 동안 환상의 짝꿍이었던 동료 제작자 돈 심슨이 1996년 약물중독으로 사망한 뒤 본격적으로 TV에 진출해 그야말로 떼돈을 벌었다. 제리 브룩하이머는 돈 심슨이 사망한 이듬해인 1997년 <솔저 오브 포춘>이라는 TV 드라마를 처음 선보였고, 2000년 그의 두 번째 TV 드라마인  <CSI>로 대박을 터뜨렸다.

수사물은 미국에서 흔한 장르지만, <CSI>는 형사의 경험과 직관에 무게를 둔 기존 수사물과 달리,  ‘증거’와 ‘과학’을 앞세우는 새로운 시도로 방영 첫 주부터 시즌 9이 방송중인 지금까지 미국 TV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2002년 (남미 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획했음이 분명한) 스핀오프 시리즈 <CSI:마이애미>로 전세계 4천만명이 넘는 시청자를 확보한 그는, 2004년 <CSI:NY>로 수사물의 고향인 뉴욕(미드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대사가 NY PD, Freeze! 아니던가)에 마침내 입성했다.

2006년 <포브스>지는 제리 브룩하이머가 2005년~2006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100명 중 10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하면서, 그가 이 기간 동안 벌어들인 8천4백만 달러(한국돈 9백억쯤 되나?)가 대부분 3개의 CSI쇼(라스베거스, 마이애미, 뉴욕)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이 기간에는 눈에 띄는 블록버스터가 없었기 때문에 이 수익이 대부분 드라마 덕분인 건 맞는 것 같다. 이듬해 포브스는 그가 2006~2007년 1억2천만달러를 벌었다고 발표했는데, 드라마 외에 <캐리비언의 해적 1> 개봉에 힘입은 것으로 추측된다.)

제리 브룩하이머는 <CSI>에 이어 실종사건을 수사하는 FBI들의 활약을 다룬 <위드 아웃 어 트레이스>(2002년), 미해결 사건 전담반 이야기인 <콜드케이스>(2003년), 형사 사건을 다루는 여검사를 주인공으로 한 <클로즈 투 홈>(2005년)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수사물의 강자로 군림하게 된다. 드라마 외에 2001년 첫 선을 보인 리얼리티쇼 <어메이징 레이스>가 해마다 에미상 리얼리티쇼 부문에 후보에 오르는 등 지난 10년 동안 에미상 노미네이트만 30여회, 받은 트로피만 6개다. 영화를 더 오래 만들었는데 오스카 트로피보다 에미상 트로피가 더 많다.^^

<CSI>의 전세계적인 성공은 제리 브룩하이머 개인의 부와 명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TV 시청자수가 줄어들면서 '만들수록 적자'라고 푸념하던 미국 TV 시리즈 제작자들은 '해외 시장'이야말로 자신들이 개척해야 할 신천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획 단계부터 아시아, 남미 등 전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방도를 궁리하기에 이른 것이다. 막대한 물량을 쏟아붓고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하고 스타를 섭외했다. 2000년대 미국 TV 드라마 제작의 황금시대를 열어젖힌 것이 <CSI>고, 그 일을 해 낸 이가 바로 제리 브룩하이머다.

이토록 눈부신 성공과 영화·드라마계에 끼친 막대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예술가’ 혹은 ‘작가’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는 것은 순전히 그 자신 때문이다. “내가 비평가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었다면 나는 아마 작은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밀집한) 아파트에 살고 있을 것이다”라는 그의 말은, 그가 대중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갈파하는 자신의 재능을 오로지 ‘상업적인 성공’을 위해 활용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결코 비난하거나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그가 이렇게 번 돈을 어떻게 썼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좀 유감스럽다. 제리 브룩하이머는 부시 정권이 주창한 '테러와의 전쟁'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할리우드에서 몇 안되는 인물 중 하나고, 지난 미국 대선에선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에게 자신의 막대한 정치 헌금 총액 중 29%를 몰아줬다.

<CSI> 9번째 시즌이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방송되고 있다. 이 시즌을 끝으로 <CSI>를 이끌었던 길 그리섬 반장이 연구실을 떠난다. <CSI>를 기획·제작한 이는  제리 브룩하이머지만, 범인 추격씬보다 DNA 분석씬이 더 많은 이 생경한 수사물에 독특한 아우라를 불어넣은 것은 길 그리섬 역을 맡은 윌리엄 피터슨이었다. 그가 떠난 뒤에도  <CSI>가 여전히 시청률 1위를 고수할 지 궁금해진다. 참, 그리섬 반장이 떠나면 캐서린이 승진할 줄 알았는데 새 반장님이 오신단다.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 역을 맡았던 로렌스 피시번(위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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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의 드라마 시리즈는 한 주에 한 편씩 방송된다. 그런데 한국 드라마는 왜 한 주에 두 편씩 방송될까?

일본 배우 기무라 타쿠야가 자신이 진행하는 토크쇼에 출연한 한국 배우로부터 이런 사정을 전해 듣고  "대단하다!"고 감탄한 적이 있다. 한국의 배우와 스탭들이 한 주에 70분짜리 두 편씩, 총 140분 가량의 방송분을 촬영하느라 살인적인 스케줄에 허덕인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시간에 쫓기다 보니 방송 중반부터 만듦새가 흐트러지고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얼마전엔 드라마 <꽃보다 남자> 배우들의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드라마 제작 환경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다시금 불거지기도 했는데, 이런 문제적 상황에서도 '한 주에 두 편'이라는 공식이 깨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세기에 가까운 한국 드라마 역사에서 '한 주에 두편'이라는 공식은 언제, 왜 탄생한 것인지 궁금했다. 수소문 끝에 이연헌 전 충주MBC 사장과 통화할 수 있었다. 1969년 MBC 드라마 피디로 출발해<수사반장> <전원일기> 등을 연출한, 한국 드라마사의 산 증인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KBS와 TBC, MBC가 본격적인 시청률 경쟁을 벌이기 시작한 1960년대 중반, 드라마는 곧 '연속극'을 의미했다.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회당 30분씩 방송되는 '매일연속극', 혹은 '일일연속극'은 광고 접근성과 지속성이 높아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장르였단다. ENG카메라가 없던 시절이니 야외촬영은 불가능했고, 100% 세트에서 진행되는 '홈드라마'가 주를 이루었다. 덕분에 한 방송사당 많으면 하루 4편씩, 방송 3사를 합하면 매일 10~12개의 일일드라마가 방송되기에 이르렀다."<너는 내 운명>같은 드라마가 7시30분에 한 편, 8시30분에 한 편, 10시에 한 편 방송된다고 생각하면 된다"니, 과연 일일연속극 전성시대였던 셈.

일일 연속극 외에 한 주에 한 편씩 방송하는 '주간 연속극'도 있었는데, 1971년부터 방송된 <수사반장>이나 1980년 첫 방송한 <전원일기>가 대표적인 주간 연속극 되겠다. (청소년 드라마, 계몽(또는 반공)드라마, 농촌 드라마 등 소재와 시청층이 다양한 연속극들이 한 주에 한 편씩, 요즘 말로 '띠편성'됐다고 한다.)

단막극이라는 장르가 생긴 건 1980년 KBS <TV문학관>이 문을 연 뒤 MBC가 1983년 <MBC베스트셀러극장>을 방송하면서 부터다. "드라마와 문학을 접목시켜 좀더 수준 높은 드라마를 만들어보자는 취지, 야외 촬영을 늘려 드라마 형식에 있어서도 새바람을 일으켜보고자 하는 시도"였다. 초창기 단막극의 야외 촬영분은 영화 필름으로 찍은 뒤 후시 녹음했으므로, 일주일에 한 편 방송하기도 버거웠단다.

1987년 MBC가 8부작 드라마 <불새>를 내놓으면서, 드디어 '미니시리즈' 시대가 열렸다. 단막극보다는 길고, 연속극보다는 짧은 이 독특한 드라마를 어떻게 편성해야 할 지 고민이 많았다는데, "한 주에 한 편은 좀 아쉽고, 세 편 이상되면 일일 연속극과 차별화되지 않으니 두 편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드라마의 '연속성'도 살리면서 '실험성'도 도드라지게 하겠다는 편성 전략이었던 듯 싶다. 촬영·편집 장비가 발달하는 등 제작 환경이 좋아지면서 8부작이 12부작으로, 다시 16부작으로 늘어나 한동안 '미니시리즈=16부작'이라는 등식이 통용됐고, 방송사들은 다양한 소재와 참신한 시도에 역점을 둔 이 새로운 드라마를 시청층이 비교적 젊은 주중 밤 10시에 배치했다.

요즘은 평일 밤 10시에 방송되는 드라마 시리즈를 '미니시리즈'라고 부르지 않는다. 대부분 20부작이 넘는데다, <에덴의 동쪽>(사진)처럼 '창사특집' '스페셜 드라마' 등의 부제로 50부작, 70부작 드라마도 이 시간대에 방송되기 때문이다. 소재나 흐름 등 내용면에서도 다른 방송시간대 드라마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미니시리즈'는 (형식이나 내용, 모든 면에서) 사라졌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미니시리즈는 '한 주 두 편 방송'이라는, 불멸의 편성 법칙을 남겼다. KBS와 MBC가 '제작비 조달의 어려움'을 이유로 잇따라 단막극을 폐지하고 주간 연속극도 찾아보기 힘든 지금, 지상파 3사는 일일 연속극을 제외한 모든 드라마를 한 주에 두 편씩 방송하고 있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한국 드라마는 한 주에 두 편씩 방송된다! 20년 전 미니시리즈를 첫 편성했던 MBC 담당자는 자신의 전략이 이처럼 고정불변, 무소불위의 법칙이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시청자들이 한 주에 두 편씩 보는 시청 방식에 익숙하고, 광고주들 역시 이러한 상황에 익숙할테니 드라마 편성 방식이 쉽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다.하지만 분량도, 소재도, 주시청층도 다른 드라마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편성된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이 편성 법칙에 어울리지 않는 드라마들은 기획조차 불가능하다는 얘기 아닌가, 말이다. 게다가 한 주에 140분짜리를 만드느라 교통사고와 부상이 속출한다는데도 모든 드라마에 똑같은 편성 규칙이 적용돼야 한다니… 천편일률 싫어하는 거, 역시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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